Why T.C.C.
매년 연말이면, 이상하게도 이런저런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런던으로 이주해 취업을 준비하며 마음고생을 하던 겨울이 있었고,
다음 해 겨울에는 우리 집 삽살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다음 해에는 건강에 적신호가 왔었고, 작년에는 회사를 그만 두어야만 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 동안 마음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T.C.C 이전에 동생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 준비 과정에서 빈티지와 앤티크 마켓을 알게 모르게 자주 찾게 되었고,
어느 순간 이 작은 세계에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좋아하게 된 것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 T.C.C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자주 가지 못했던 갤러리를 다니며 몇백 년 전의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그 그림 속에 등장하던 기물과 오브제들이 어느 날 빈티지 마켓에 실제로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몇백 년의 시간을 견뎌낸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그 물건이 다시 내 곁에 놓이는 순간은 마냥 신기하고 때로는 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새것과 트렌드를 좇던 나에게, 쉬어가는 시간은 느림의 미학을 조금씩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깊어졌습니다.
옛것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가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보고, 만지고, 그 시대의 쓰임을 상상하다 보면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기도 합니다.
T.C.C는 그렇게 제가 발견하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에 쓰임이 있고,
어쩌면 앞으로도 누군가의 일상에서 새로운 역할을 기다리고 있는 물건들.
그 안에 깃든 시간과 이야기를 천천히 탐구하는 이 여정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라는 둥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걱정하던 저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던
Cecilia와 John 할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John 할아버지가 해주셨던 영국 속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opens.”
그렇게 열린 T.C.C의 문으로 들어와, 과거의 시간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